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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식물

기후 변화-사막 식물의 수분 저장과 증산 억제 기술

by svcarat527 2025. 7. 4.

기후 변화로 물이 사라진 곳에서도 살아남는 식물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겠다.

사막은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환경 중 하나다. 강수량이 연간 250mm 이하로 극히 적고, 일사량은 매우 강하며, 낮과 밤의 기온 차는 극단적으로 크다. 지표면 온도는 낮에는 50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밤에는 한자릿수까지 떨어지는 일이 흔하다. 대부분의 지역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하며, 토양은 모래와 암석이 주를 이루어 물을 거의 저장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은 결코 생명의 불모지가 아니다.

기후 변화 사막 식물의 수분 저장과 증산 억제 기술
기후 변화 사막 식물의 수분 저장과 증산 억제 기술


이 극한의 조건 속에서도 수많은 식물이 살아남고 있으며, 이들은 수천 년에 걸쳐 혹독한 환경에 적응해온 결과로
지금의 독특한 생리적, 구조적 전략을 발달시켜왔다.

특히 사막 식물은 수분을 저장하는 조직 구조, 그리고 잎과 기공을 통한 수분 증발(증산)을 최소화하는 생리적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생존’을 실현해낸다.

이 글에서는 사막 식물이 어떻게 자신의 몸에 물을 저장하고, 물 손실을 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장을 이어가는지를
식물 생리학적·형태학적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사막 식물이 직면한 수분 스트레스의 현실

사막 식물은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 일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의 수분 스트레스는 단순히 "비가 안 온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막은 강수량이 적을 뿐 아니라, 강수의 간격이 매우 길다. 비가 한 번 내리고 나면 몇 달 동안 다시 비를 구경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사막 식물은 순간적인 강우를 흡수하고, 그 물을 장기적으로 저장하며 견디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사막의 대기는 건조하고, 일조량은 강해, 증산(수분 손실)이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잎과 줄기 표면에서 수분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이런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막 식물은 증산 억제와 수분 저장이라는 두 가지 생존 전략을 동시에 발전시켜왔다.

수분 저장을 위한 구조적 적응

사막 식물은 물이 들어오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신체 내부에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조직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조직은 형태적으로 매우 두껍고, 젤 형태의 세포액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 다육질 조직(Succulent tissue)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다육식물(succulent plant)이다.
이 식물들은 줄기나 잎 속에 수분을 저장하는 엽육조직(mesophyll)이 두껍게 발달해 있다.
선인장류(Cactaceae), 용설란류(Agave), 알로에(Aloe)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의 줄기나 잎을 잘라보면 수분이 가득한 젤 같은 물질이 들어 있다.

이 조직은 단순한 저장고가 아니다. 식물은 수분을 저장하는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기계적 손상이나 열 손실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수분 저장 조직은 낮 동안 열을 흡수해 내부 온도 상승을 막고, 밤에는 서서히 방출해 온도를 유지한다.

▸ 줄기 저장형 vs 잎 저장형

사막 식물은 수분 저장 위치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 줄기 저장형: 선인장처럼 잎이 없고 줄기에 물을 저장하는 식물
  • 잎 저장형: 알로에처럼 잎에 다육질 조직을 발달시켜 수분을 보존하는 식물

줄기 저장형은 기공 수가 적고 표면적이 작아 수분 손실이 적다.
잎 저장형은 상대적으로 기공이 많지만, 잎에 두꺼운 왁스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저장 위치의 차이는 서식지 특성, 토양 수분의 깊이, 증산 강도 등에 따라 진화적으로 선택된 결과다.

증산 억제를 위한 기공 조절 메커니즘

사막 식물의 생존 전략 중 또 하나의 핵심은 증산 억제다.
식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기공을 열지만, 그 순간 수분도 함께 증발한다.
따라서 사막 식물은 기공을 열지 않고도 광합성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기공 개폐를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 CAM 광합성: 밤에만 기공을 여는 전략

사막 식물의 많은 종은 CAM 광합성(Crassulacean Acid Metabolism)을 이용한다.
이 방식은 기공을 밤에만 열어 CO₂를 흡수하고, 그 CO₂를 말산 등의 형태로 세포 내에 저장한 뒤, 낮에는 기공을 닫은 채로 저장된 CO₂를 이용해 광합성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 전략을 통해 식물은 증산이 적은 밤에 기공을 열고, 열이 강한 낮에는 기공을 닫아 수분 손실을 줄인다.
CAM 광합성은 열대 사막뿐 아니라, 해안 건조지대, 고산 건조지대 식물에서도 나타난다.

▸ 기공 수 감소와 재배치

사막 식물은 기공의 수 자체를 줄이거나, 기공을 잎의 표면이 아닌 잎의 함몰된 구조나 아래쪽에 배치하여 직사광선과 바람의 영향을 덜 받도록 조절한다.

이외에도 기공 주변에 털 구조나 돌기를 배치해 공기 흐름을 차단하거나, 기공 주위 습도층(moist boundary layer)을 유지하는 전략도 쓴다.

4. 표피 구조와 왁스층의 증산 차단 기능

사막 식물의 표면을 자세히 보면 반질반질하거나 두꺼운 막이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바로 증산을 줄이기 위한 두꺼운 왁스층(cuticle)과 표피 구조의 결과다.

▸ 큐티클 층(cuticle)의 역할

사막 식물의 잎과 줄기에는 두꺼운 큐티클 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 층은 외부 수분 증발을 막을 뿐 아니라, 햇빛을 반사해 온도 상승도 억제한다.
또한 이 큐티클은 재생 능력이 있어 손상되더라도 다시 회복될 수 있다.

▸ 잎의 털과 돌기 구조

선인장, 유카(Yucca), 에페드라(Ephedra) 등 일부 사막 식물은 잎이나 줄기 표면에 미세한 털 또는 돌기를 발달시킨다.
이 구조물은 공기 흐름을 느리게 하여 기공 주변의 습도 유지에 기여하고, 미세한 이슬까지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표피의 미세한 구조조차도 증산을 억제하고 수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정교한 진화 결과라 할 수 있다.

뿌리 시스템의 전략적 설계

사막 식물의 생존 전략은 지상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사막 환경에서 식물 생존의 핵심은 지하, 즉 뿌리 시스템에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강수량의 분포가 극히 불균일한 지역에서 식물은 가능한 한 다양한 방식으로 물을 흡수하고 저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막 식물은 매우 전략적이고 유연한 뿌리 구조를 발달시켜 왔다.

1) 얕고 넓은 수평 확장형 뿌리 시스템

일부 사막 식물은 얕은 깊이에 넓게 퍼진 뿌리 구조를 선택한다.
이들은 토양 표층에 내리는 극히 적은 양의 빗물이라도 가장 빠르게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구조를 가진다.

예를 들어 선인장류 중 일부는 뿌리 깊이가 불과 5~10cm에 불과하지만, 가로로 퍼진 범위는 식물 본체의 지름의 수 배에서 수십 배 이상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뿌리는 비가 내리자마자 넓은 범위의 표면적에서 수분을 동시에 흡수하며, 몇 분 내에 뿌리계 전체가 활성화되어 빠르게 수분을 줄기로 전달한다.

또한 이 얕은 뿌리는 비가 그친 후 단기간에 빠르게 비활성화되며, 다음 강우까지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반응성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반응성은 사막 식물이 ‘기회성 수분’을 포착하고, 생존과 번식 타이밍을 조절하는 능력과 직결된다.

2) 깊고 강한 주근 시스템 – 수직형 뿌리 전략

사막의 표면 토양은 하루 만에도 완전히 말라버릴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사막 식물은 아예 지하 깊숙한 층까지 도달하는 뿌리 구조를 선택한다.
이런 경우, 식물은 수직으로 깊게 뻗은 주근(tap root)을 중심으로 지하수나 습기를 머금은 심층 토양층에서 물을 끌어올린다.

대표적인 예로 아카시아(Acacia)류나 메스키트(Mesquite, Prosopis spp.)는 10미터 이상 깊이까지 뿌리를 뻗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깊은 뿌리는 지표면의 기상 조건과 거의 무관하게 지하 자원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이런 식물은 건기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며, 수분 스트레스에 거의 흔들리지 않는 강한 생존성을 보인다.
하지만 깊은 뿌리를 형성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이 전략은 생장 속도가 느리거나 수명이 긴 식물에서 주로 나타난다.

3) 혼합형 뿌리 구조 – 깊이와 넓이의 병행 전략

일부 사막 식물은 수평 확장과 수직 성장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다.
이들은 강우가 짧고 강하게 집중되는 경우와, 장기적인 지하수 확보 모두를 고려한 복합적 생존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막의 일년생 식물이나 다년생 초본류는 표면 근계(lateral fine roots)를 통해 강우 시 빠르게 수분을 흡수하고, 얕은 층이 마르면 주근이나 직근을 통해 지하수층까지 수분을 확보한다.

이러한 구조는 계절마다 뿌리의 활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게 하며, 비가 오는 시기에는 표층 뿌리를, 건기에는 깊은 뿌리를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식물은 에너지 효율과 수분 흡수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한다.

이 전략은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 패턴이 예측 불가능해지는 현대 환경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4) 뿌리의 수분 저장 기능 – 보이지 않는 저장고

흥미롭게도, 일부 사막 식물은 뿌리 자체를 수분 저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Adansonia)나, 남아메리카 일부 건조지대의 구근식물은 뿌리 조직 내에 다육질 저장조직을 발달시켜, 비가 올 때 다량의 물을 저장하고, 긴 건기 동안 이 물을 서서히 사용한다.

이러한 뿌리는 겉으로는 나무 뿌리처럼 보이지만, 속을 자르면 젤状의 수분이 가득 찬 조직이 드러난다.
이 물은 단순히 식물체 유지뿐 아니라, 씨앗의 발아기에도 수분을 공급하는 ‘생존 버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뿌리 저장 기능은 특히 강우 간격이 수개월에 이르는 극단적 사막 기후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이다.

5) 뿌리의 반응성 – 수분 탐지 능력과 빠른 생장

사막 식물의 뿌리는 단순히 ‘뻗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 실제로 수분이 있는 방향을 감지하고 선택적으로 자라는 능력도 갖고 있다.
이 능력은 수분굴성(hydrotropism)이라 불리며, 뿌리 끝 조직에 있는 수분감지 수용체와 세포 신호 전달 물질에 의해 조절된다.

이러한 감지 능력은 뿌리가 물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게 하며, 한정된 자원을 뿌리 성장에 우선적으로 집중시킨다.
건조한 토양에서는 뿌리 분지(branching)가 억제되지만, 수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영역을 찾게 되면, 그곳에 집중적으로 측근을 생성해 물 흡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결론: 물이 없는 곳에서도 생명은 길을 만든다

사막 식물은 우리 눈에는 작고 말라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수천 년 동안 진화해온 정교한 생존 기술의 집합체가 숨어 있다.
수분 저장 조직, 증산 억제 메커니즘, 기공 조절, 왁스층, CAM 광합성, 그리고 뿌리의 전략적 설계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환경을 미리 예견한 듯한 능력을 보여준다.

앞으로 더 빈번해질 가뭄과 고온 건조 환경 속에서, 사막 식물의 생존 전략은 작물 개량, 도시 조경, 생물 기반 탄소 저장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물학적 솔루션의 원형으로 주목받고 있다.